지난 해 겨울 저희는 교회 창립 15주년 감사 예배를 드리면서 요한복음 21장 15절을 붙잡었습니다. “그들이 조반 먹은 후에 예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이 사람들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 하시니 이르되 주님 그러하나이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이르시되 내 어린 양을 먹이라 하시고.” 크리스천은 예수님과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특권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와 예수님 사이의 사랑’은 ‘우리와 이웃 사이의 사랑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복음을 전하며 예수님의 어린 양들을 돌보는 일을 하게 되는데 이는 그 일이 기쁨이고 보람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양을 돌보는 일은 많은 에너지와 정성과 인내를 요구하는 일이지만 이를 통해 예수님과 우리의 사랑도 더 깊어집니다. 저와 교우님들은 “네 어린 양을 먹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의 일환으로 해외 단기 선교를 시작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저희는 기도하던 중에 도미니카 공화국의 박경원 선교사님과 연결되었습니다.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이번 단기 선교를 준비하였는데, 첫째는 준비부터 시작하여 현장사역까지 모든 과정을 통하여 선교 대원들이 하나님을 경험하면서 영적으로 성장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7박8일의 짧은 사역이지만 선교지의 복음 사역에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코디네이터를 맡은 Soo 집사님과 저는 선교사님들과 여러 차례 줌 미팅을 가지며 선교지에 맞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자 애썼습니다. 선교대원을 모집했을 때 저를 포함하여 모두 16명이 지원했고, 그 중에 절반이 청소년이었습니다. 저희 교회 사이즈에 비해 많은 대원이 모인 것은 고무적이었으나 청소년 및 대학생들 지원자에게는 항공료 절반 가량을 지원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교회가 감당해야 할 지출이 늘어났습니다. 게다가 단기 선교 동안 현장에서 필요한 비용도 만만하지 않기 때문에 저희 교우님들은 필요한 재정이 채워지도록 기도하면서 힘을 합하여 여러 차례 펀드-레이징 행사를 했습니다. 대량의 김치를 담그어 ‘김치 바자회’를 열기도 했고, 한식체험행사(Korean Culinary Experience with HiStory)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교우님들은 힘에 지나도록 수고했으나 기쁨으로 헌신하셨고, 이로 인하여 펀드가 만들어지고, 헌금이 더하여져서 선교에 필요한 비용이 채워졌습니다.
대원들은 6개월 전부터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저희가 넘어야 할 첫째 장애물은 ‘스페인어’였는데 16명 중에서 기초적인 스페인라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두세 명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고무적인 것은 스페인어가 프랑스어와 가깝고 대원들 대부분이 프랑스어에 익숙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대원들은 모든 찬양을 스페인어로 부를 수 있도록 연습했고 3개의 스킷과 간증의 일부도 스페인어로 준비하였습니다.
6월 25일 저희 팀은 북미 대륙을 남쪽으로 종단 비행하여 Puerto Plata에 도착하였습니다. 박 선교사님은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셨고 저희는 두 대의 밴에 나누어 타고 산악지대를 넘어 마침내 산티아고에 도착하였습니다. 에스라 학교 이층에 짐을 풀었을 때는 이미 저녁 시간이었습니다. 루디아 선교사님은 저희를 위하여 풍성하고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 놓으셨기에 대원들은 감동한 채 즐겁게 먹었습니다. 에스라 학교 건물은 지역 아이들을 교육하기에 필요한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었고, 선교팀이 숙식을 하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몇몇 선교 단체와 교회들의 도움을 통해 건물이 건축되고 시설들이 마련된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저희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산티아고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 가운데 한 곳인 그 지역에 복음을 전하기 원하시는 하나님이 이런 방법으로 필요한 건물과 시설을 주신 것이 분명했습니다. 낯선 곳에 왔지만 선교사님들의 환대에 대원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저는 우렁찬 닭 울음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박 선교사님은 선교팀을 잘 먹이기 위해 아침 일찍 차를 타고 나가 신선한 계란을 사오셨습니다. 선교사님들의 격려에 힘입어 대원들은 열심히 VBS 를 준비하였습니다. 저와 몇몇 대원들은 박 선교사님을 따라 동네를 돌며 아이들을 모았습니다. 가난한 동네이지만 아이들의 얼굴은 해맑았고 어른들도 손을 흔들며 ‘hola’하며 인사하는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대원들이 기초 스페인어를 배워 왔지만 현지 아이들을 통솔하고 가르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다행히 4 명의 청소년 통역 봉사자들이 예비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MK(Missionary Kids)로서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사역을 도운 하임과 영원은 통역뿐만 아니라 사역 모든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9:30AM VBS 시작 시간이 되자 60여 명의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대원들은 찬양 인도에 아이들은 즐겁게 따라하였고 스킷 시간에는 이야기에 빠져들었습니다. 설교 시간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후에는 나이별로 분반을 만들어 크레프트 시간을 가졌는데 이를 통해 대원들은 아이들과 보다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점심 시간이 되자 박 선교사님은 주문한 도시락을 실어오셨습니다. 학교 마당에 삼삼오오 모여서 닭고기와 감자 튀김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의 마음에 복음의 씨가 심어지길 기도했습니다. VBS는 삼일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이 모였고 마지막 날에는 100 명이 넘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은 우리 대원들에게 마음을 열었고 잘 통하지 않는 언어에도 불구하고 친밀함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녁에는 주민들을 위한 전도 집회를 준비했습니다. 저희는 마을을 돌며 주민들을 초청하고 기다렸으나 기대한 것 만큼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대원들은 준비한 찬양과 연주를 정성껏 하였고 간증과 설교가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한 사람에게라도 하나님의 사랑이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전도 집회 둘째 날에는 주민들의 퇴근 시간을 고려하여 시작 시간을 늦추었고 첫날보다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그날 저녁에는 제가 설교했는데 통역을 통한 설교임에도 참석하신 분들이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반응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몬트리올에서 이 설교를 준비할 때 처음에 저는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요한복음 8장에 나오는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에 관한 말씀이 제 마음에 강하게 다가와서 그 말씀을 준비하여 전하였습니다. 설교 앞 부분에서 ‘간음은 죄’라는 얘기를 하는 동안 몇 사람이 예배당에서 나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끝까지 말씀을 들었고 “자신의 죄를 예수님께 고백하고 용서받고 싶은 사람은 앞으로 나오시라”고 초청했을 때 강단으로 나와 진심으로 기도하고 기도를 받았습니다.
주일에는 선한목자교회 교우님들인 크리스천들과 함께 예배드렸습니다. Indiel 형제님은 간증을 통하여 자신을 구원하시고 직장 문제를 통해 자신을 훈련하시며 키워가시는 주님을 증거했습니다. 저희는 캐나다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동일하신 예수님, 사람들을 죄에서 구원하셔서 풍성한 생명으로 인도하시며 당신의 제자로 키워가시는 예수님을 인하여 감사를 올려드렸습니다. 오후에는 동네를 돌며 선한목자교회 교우님들 가정을 심방하였습니다. 이동 중에 만난 주민들은 마음이 열려 있는 분들이 많았고, 우리를 자기 집으로 들어오라고 초청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주일 저녁에는 에스라학교에서 Yudi, Yvon, Indiel 등 선한목자교회 교우님들이 도미니카 전통요리를 준비하여 저희와 식사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대원들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그분들이 참 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선교사님들이 긴 세월 동안 말씀과 사랑에 희생을 섞어서 먹이고 키운 열매가 바로 그들입니다. 에스라학교 교사들 중에 많은 분들이 거듭나고 주님의 제자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 중에서도 교회에 나오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에스라학교는 그 동네의 중심지요 희망이 되었습니다. 요한복음 21:15 말씀이 실현되고 있는 그 현장을 보면서 저희는 큰 감사를 주님께 올려드렸습니다.
다음날에는 아이티 난민 교회를 방문하여 VBS 를 인도하였습니다. 박 선교사님이 수년 동안 멘토링하며 돕고 있는 아이티 목사님이 섬기는 교회였는데 건물 상태가 매우 열악하였습니다. 판자로 지은 허름한 건물에 양철 지붕을 올렸고 화장실도 없었습니다. 아이티 목사님이 프랑스어를 구사할 수 있어서 저는 그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대원들은 찬양과 스킷을 프랑스어로 하였고, 조수연 집사님도 프랑스어로 메시지를 전하고 아이티 목사님이 크레올로 통역하였습니다. 저희는 오랫만에 프랑스어를 사용하니 숨을 참고 있다가 다시 쉬는 것처럼 편하고 좋았습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는 적어도 50만 명 이상의 아이티 난민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고 추방의 위기 속에 불안해 합니다. 아이티인들과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저희는 그들에게 예수님의 사랑과 복음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날 오후에는 김성경 선교사님이 사역하시는 교회를 방문하여 리더들과 말씀으로 교제할 수 있었는데 저희는 이를 통하여 아이티 난민 사역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김 선교사님은 양육받아야 할 사람들은 많은데 그들을 키울 일손이 너무 부족하다고 기도를 부탁하셨습니다.
모든 사역을 마친 후에 대원들은 리조트로 이동하여 하루 휴식을 취한 후 몬트리올로 돌아왔습니다. 일주일 남짓 짧은 여정이었으나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재정은 저희가 예상한 것보다 약 1,000 달러가 더 지출되었는데 놀랍게도 Global CMI에서 지원해 주신 1,000 달러로 부족함이 완벽하게 채워졌습니다. 이번 단기 선교에 저희를 사용하여 주시고 여러 사건과 말씀을 통해 저희 믿음이 자라도록 도와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송을 올려드립니다.
이지현 목사